헬로, 월드!

본 블로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 언어의 발음과 그 전사 방법을 다루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외래어 표기법에 입각하여 외국어를 발음에 따라 어떻게 한글로 표기할지의 문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주제에 따라 영어 또는 한국어로 글을 쓰려 합니다. 한국어로 글을 쓸 때는 편의상 본 소개글을 제외하고 높임말을 생략한 문어체로 쓰겠습니다.

‘헬로, 월드!’는 영어 Hello, world!를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한글로 적은 것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면 보통 Hello, world!를 출력하는 것이 첫번째 예제입니다. 직역하면 ‘세상아, 안녕!’ 정도가 되겠지만 한국어로는 어색한 탓인지 보통 번역하지 않고 씁니다(‘반갑다 세상아!’로 쓰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영어로 쓴 저번 글에 더 자세히 나와있는 것처럼 국제 음성 기호(IPA)로 적으면 hello는 [hə.ˈloʊ̯, hɛ.ˈloʊ̯, ˈhɛl.oʊ̯], world는 [ˈwɜrld]입니다.

대부분의 사전에서 hello의 발음은 [hə.ˈloʊ̯]를 우선시합니다. 여기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헐로’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첫 모음 [ə]는 원래의 [ɛ]가 약화된 모음입니다. 영어를 한글로 적을 때 모음이 약화되지 않은 발음과 약화된 발음이 공존하면 약화되지 않은 쪽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hello는 ‘헐로’가 아니라 [hɛ.ˈloʊ̯, ˈhɛl.oʊ̯]를 기준으로 한 ‘헬로’로 적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1986년 제정된 외래어 표기법 고시본에서 쓰이는 영어 발음기호는 오늘날 주로 쓰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고시본에서는 대니얼 존스(Daniel Jones [ˈdæn.jəl.ˈʤoʊ̯nz])의 English Pronouncing Dictionary (EPD) 초판(1917년)에서 제12판까지 쓰인 방식을 따라서 영어의 장모음과 단모음은 장음 부호(ː)만으로 구별했습니다. 이 방식에서는 예를 들어 it [it], eat [iːt], odd [ɔd], awed [ɔːd]와 같이 썼습니다. 그러나 실제 영어 발음에서 it와 eat, odd와 awed는 단순히 모음의 길이의 차이가 아니라 음가의 차이로 구별되며, 특히 미국식 발음에서는 모음의 길이 구별이 상당 부분 사라졌으므로 장음 부호만으로는 영어의 장모음과 단모음을 제대로 나타내기에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A. C. 김슨(Gimson [ˈɡɪmps.ən])이 편집을 맡은 EPD 제14판(1977년)에서부터 it [ɪt], eat [iːt], odd [ɒd], awed [ɔːd]로 쓰는 등 장음 부호 뿐만이 아니라 장모음과 단모음에 쓰이는 기호 자체를 다르게 해서 구별했고, 오늘날에는 이것이 보편적인 영어 발음 표시 방식이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존 웰스(John Wells [ˈʤɒn.ˈwɛlz])의 “IPA transcription systems for English”라는 글에 더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 고시본에 쓰인 옛 방식을 따르면 hello [hə.ˈloʊ̯, hɛ.ˈloʊ̯, ˈhɛl.oʊ̯][həlou, helou]이고 world [ˈwɜrld][wəːld]입니다. 음절 구분과 강세 표시는 생략하고 모음 앞 이외의 [r]는 발음하지 않는 영국 발음을 기준으로 표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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