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이제는 영어로 Czechia ‘체키아’라고 불러주세요

지난 4월 14일 체코의 대통령과 총리, 상하원 의장,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은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을 공식적으로 Czechia [ˈʧɛk.i‿ə] 체키아로 통일하기로 결정하고 내각의 동의를 얻으면 유엔에 등록을 신청하기로 했다. 현재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 [ðə.ˈʧɛk.ɹᵻ.ˈpʌb.lɪk] 더 첵 리퍼블릭, 즉 ‘체코 공화국’으로만 통용되고 있는 것이 너무 거추장스럽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식 국명이 길면 일상적으로 그 나라를 이를 때는 가급적이면 한 단어로 줄여서 부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정식 국명은 영어로 the French Republic [ðə.ˈfɹɛnʧ.ɹᵻ.ˈpʌb.lɪk] 더 프렌치 리퍼블릭, 즉 ‘프랑스 공화국’이지만 약식 국명인 France [ˈfɹæːns] 프랜스, 즉 ‘프랑스’로 통용된다. 그런데 체코는 현재 영어에서 the Czech Republic을 줄여 부를 수 있는 약식 국명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Czechia라는 이름을 보급하자는 것이 체코 정부의 바람이다.

Czech [ˈʧɛk] 은 영어로 ‘체코 사람’, ‘체코어’를 뜻하는 명사인 동시에 ‘체코의’를 뜻하는 형용사이지만 나라 이름은 아니다. 마치 French 프렌치가 영어로 ‘프랑스어’를 뜻하는 명사인 동시에 ‘프랑스의’를 뜻하는 형용사이지만 나라 이름은 아니고 France가 나라 이름인 것과 같다. 그래서 French/France에 대응하는 단어쌍으로 Czech/Czechia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뉜 후 한국어의 ‘체코’를 비롯하여 독일어의 Tschechien [ˈʧɛ.çi̯ən] 체히엔, 러시아어의 Чехия Chekhiya [ˈʨe.xʲɪ.jə] 체히야 등 여러 언어에서 체코에 해당하는 한 단어짜리 약식 국명이 보편화되었다. 그러나 영어에서는 Czechia라는 약식 국명을 쓰자는 움직임이 별 호응이 없이 묻히고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으로만 통하게 되었다.

그러니 약식 국명을 쓰자는 체코 정부의 요청은 영어처럼 정식 국명만 쓰는 언어에 한정된 것이다. 그런데 주로 외신을 번역한 국내 언론 보도에서는 이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체코’는 형용사이니 나라 이름으로는 잘못되었다고 한 곳도 있는데 영어의 Czech은 형용사이지만 한국어에서는 ‘체코’가 나라 이름으로 쓰이니 잘못된 번역이다. 또 정식 국명을 the Czech Republic에서 Czechia로 바꾼다고 한 곳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정식 국명은 여전히 the Czech Republic이고 이와 병행하여 쓸 약식 국명을 Czechia로 통일하자는 것이다.

보헤미아, 모라비아, 체코령 실레시아

체코는 역사적으로 보헤미아(라틴어: Bohemia, 체코어: Čechy [ˈʧɛ.xɪ] 체히)와 모라비아(라틴어: Moravia, 체코어: Morava [ˈmo.ra.va] 모라바), 실레시아(라틴어: Silesia, 체코어: Slezsko [ˈslɛs.sko] 슬레스코) 세 지방으로 구분한다. 이들을 합쳐 České země [ˈʧɛs.kɛː.ˈzɛ.mɲɛ] 체스케 제메, 즉 ‘체코의 땅들’ 또는 ‘체코의 나라들’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현재 독일과 폴란드 영토인 루사티아(라틴어: Lusatia, 체코어: Lužice [ˈlu.ʒɪ.ʦɛ] 루지체, 독일어: Lausitz [ˈlaʊ̯.zɪʦ] 라우지츠, 폴란드어: Łużyce [wu.ˈʐɨ.ʦɛ] 우지체)도 České země에 포함되었지만 오늘날의 체코 영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영어에서는 1993년 이전의 현재 체코 영토를 이를 때 ‘체코 공화국’을 뜻하는 the Czech Republic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 the Czech Lands [ðə.ˈʧɛk.ˈlændz] 더 첵 랜즈라는 České země에 대응되는 표현을 쓴다.

체코의 세 지방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수도 프라하(체코어: Praha [ˈpra.ɦa])가 속한 보헤미아이다. 라틴어 이름 Bohemia는 원래 그 지역에 정착했던 켈트족, 구체적으로는 갈리아족의 일파인 보이족(라틴어 복수형: Boius 보이우스, 복수형: Boii 보이이)의 부족명에 ‘집’, ‘거주지’를 뜻하는 고대 게르만어 *haimaz를 붙인 것으로 보이는 라틴어 Boiohaemum 보이오하이뭄에서 유래했다. 6세기경 보헤미아 중부에 슬라브족의 일파인 체코족(체코어 단수형: Čech [ˈʧɛx] 체흐, 복수형: Češi [ˈʧɛ.ʃɪ] 체시 또는 Čechové [ˈʧɛ.xo.vɛː] 체호베; 체코어에서 이 단어는 ‘보헤미아 사람’, ‘체코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쓰임)이 정착했기 때문에 체코어로는 보헤미아를 Čechy [ˈʧɛ.xɪ] 체히라고 부르며 폴란드어로도 Czechy [ˈʦ̢ɛ.xɨ] 체히라고 부른다. Čechy는 Čech의 비활동체 복수형으로 옛 체코어의 나라 이름 조어법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언어에서는 영어의 Bohemia [boʊ̯.ˈhiːm.i‿ə] 보히미아, 프랑스어의 Bohême [bɔ.ɛmə] 보엠, 독일어의 Böhmen [ˈbøː.mən] 뵈멘 등 라틴어 이름 보헤미아에서 온 이름을 쓴다.

19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집시’로 흔히 알려진 유랑 민족인 롬족이 보헤미아를 통해서 왔다고 잘못 알려져 이들을 프랑스어로 Bohémiens [bɔ.e.mjɛ̃] 보에미앵, 즉 ‘보헤미아인’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가난한 예술가들이 낮은 집세를 찾아 롬족이 사는 동네에 모여들고 이들의 방랑 생활을 동경하며 스스로 ‘보헤미아인’으로 자처하면서 ‘보헤미안(영어: Bohemian [boʊ̯.ˈhiːm.i‿ən] 보히미언)’은 엉뚱하게도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예술가를 뜻하는 말이 되고 말았다. 보헤미아에도 롬족이 있었고 자유분방함, 특히 종교의 자유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보헤미안’을 어원상으로 따지면 프랑스인들의 오해로 지어진 말이니 체코의 보헤미아와는 별 관계가 없다.

보헤미아는 체코 영토의 66%를 차지하고 전체 인구 1천 만 가운데 약 6백 만이 살고 있으니 수적으로도 체코를 대표하는 지방이다.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체코어: Antonín Dvořák [ˈan.to.ɲiːn.ˈdvo.r̝aːk], 1841년~1904년), 작가 프란츠 카프카(독일어: Franz Kafka [ˈfʁanʦ.ˈkaf.ka], 1883년~1924년), 영화감독 밀로시 포르만(체코어: Miloš Forman [ˈmɪ.loʃ.ˈfor.man], 1932년 태생),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어: Martina Navrátilová [ˈmar.cɪ.na.ˈna.vraː.cɪ.lo.vaː], 1956년 태생) 등이 모두 보헤미아 출신이다. 이 가운데 카프카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이었는데 역사적으로 체코는 체코인들 뿐만이 아니라 독일인(오스트리아인 포함) 주민이 많았으며 폴란드인과 헝가리인, 유대인 등이 사는 다민족 지역이었다.

모라비아는 현재의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경계를 이루는 모라바 강(체코어: Morava [ˈmo.ra.va])에서 이름을 땄다. 체코어로는 지방과 강 이름이 둘 다 Morava 모라바로 똑같다. 833년경 출현해서 906년 또는 907년까지 존재한 중세 국가인 대모라비아(라틴어: Moravia Magna 모라비아 마그나)는 중부 유럽에 등장한 최초의 대규모 슬라브계 국가로 정확한 강역은 알 수 없지만 모라바 강 유역이 중심 영토였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대표 도시는 브르노(체코어: Brno [ˈbr̩.no])이며 체코 영토의 28%를 차지하고 인구는 약 3백만이다. 작가 밀란 쿤데라(체코어: Milan Kundera [ˈmɪ.lan.ˈkun.dɛ.ra], 1929년 태생), 아르누보 화가 알폰스 무하(체코어: Alfons Mucha [ˈal.fons.ˈmu.xa], 1860년~1939년), 독일의 철학자 에트문트 후설(독일어: Edmund Husserl [ˈɛt.mʊnt.ˈhʊ.sɐl], 1859년~1938년) 등이 모라비아 출신이다. 오스트리아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독일어: Gustav Mahler [ˈɡʊs.taf.ˈmaː.lɐ, -taːf-], 1860년~1911년)는 보헤미아와 모라비아 경계 지역 출신이다.

체코어로 Slezsko 슬레스코라고 하는 실레시아는 현재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독일에 걸쳐있는 지방으로 폴란드어로는 Śląsk [ˈɕlɔ̃sk] 실롱스크, 독일어로는 Schlesien [ˈʃleː.zi̯ən] 슐레지엔이라고 부른다. 현재의 체코령 실레시아는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령 실레시아와 거의 일치한다. 대표 도시는 오스트라바(체코어: Ostrava [ˈo.stra.va])이며 예전에는 오파바(체코어: Opava [ˈo.pa.va])가 체코령 실레시아의 수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5년 독일인들이 추방되기 전까지 독일어 사용 주민이 많이 살던 곳으로 유전학의 아버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그레고어 멘델(독일어: Gregor Mendel [ˈɡʁeː.ɡoːɐ̯.ˈmɛn.dl̩], 1822년~1884년)이 현재의 체코령 실레시아 출신이다. 테니스 선수 이반 렌들(체코어: Ivan Lendl [ˈɪ.van.ˈlɛn.dl̩], 1960년 태생)도 이 지방 출신이다. 체코령 실레시아는 체코 전체 면적의 6%에 지나지 않고 인구도 1백 만 뿐이며 1782년 이후 대체로 모라비아와 같은 행정 단위에 속했으므로 때로는 따로 취급하지 않고 모라비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보헤미아 왕관령

헝가리인의 침입으로 슬라브계 중세 국가 대모라비아가 분열되면서 그 일부였던 보헤미아는 9세기 말 공국으로 독립한 뒤 이웃하는 모라비아와 실레시아를 정복하고 1200년경에는 보헤미아 왕국으로 격상되었다. 14세기에 보헤미아 왕 카렐 4세(체코어: Karel [ˈka.rɛl], 독일어: Karl [ˈkaʁl] 카를; 1316년~1378년)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로 선출되면서 보헤미아의 프라하가 제국의 수도가 되는 등 최전성기를 누렸다. 1526년 보헤미아 왕위를 합스부르크 왕가가 물려받은 이후로도 보헤미아는 합스부르크 본령인 오스트리아에 버금가는 중요한 지역이었으나 30년 전쟁(1618년~1648년)의 초기 전투인 1620년의 빌라호라(체코어: Bílá hora [ˈbiː.laː.ˈɦo.ra]) 전투에서 보헤미아 군대가 제국군에게 크게 패하면서 독립을 잃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상속령이 되었다. 그래도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될 때까지도 보헤미아 왕국이라는 이름과 지위는 존속되었다. 모라비아 변경백령과 저지 실레시아·고지 실레시아 공작령은 보헤미아 왕국의 일부가 되지는 않았지만 보헤미아 왕이 스스로 또는 봉신을 통해 다스리는 이른바 보헤미아 왕관령에 속했다.

이처럼 1918년까지의 근대 역사에서 체코의 3대 지방 가운데 보헤미아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영어 및 다른 유럽 언어에서는 역사적으로 보헤미아가 체코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쓰였다. 그런데 19세기 국민주의(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보헤미아와 구분되는 이름이 필요해졌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가운데서도 부유하고 강성한 지역이었던 보헤미아 왕관령은 특히 독일어 사용 인구를 비롯한 여러 민족의 터전이 되었다. 보헤미아인이라는 이름은 체코어를 쓰든 독일어를 쓰든 보헤미아 왕관령의 주민을 모두 가리켰기 때문에 슬라브어인 체코어를 쓰는 주민들을 구별해서 이르기 위해 Czech [ˈʧɛk] 이라는 민족명 및 형용사가 19세기부터 영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이름은 체코인들의 조상인 체코족은 물론 보헤미아인, 체코인을 아울러 이르는 체코어 이름 Čech 체흐에서 왔다. 1842년의 체코어 철자법 개정 전에는 č를 cž로 적었으므로 영어의 Czech은 옛 체코어 철자 Cžech 체흐를 따른 것이다. 옛 체코어 철자법은 폴란드어 철자법과 비슷했는데 폴란드어는 비슷한 음인 [ʦ̢]를 cz로 적으며 이 단어를 Czech [ˈʦ̢ɛx] 체흐라고 쓴다.

한편 중세 대모라비아에서 헝가리인들에게 정복된 동쪽 지역의 슬라브인들은 1918년까지 헝가리 왕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는데 이들이 슬로바키아인들이다. 지금도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는 상당 부분 서로 의사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매우 가깝다. 16세기에는 보헤미아와 마찬가지로 헝가리 왕국도 오스트리아를 다스리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차지가 되었지만 그 이름과 지위는 존속되었으며 1867년에는 합스부르크 영토 내에서 헝가리가 오스트리아와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게 되어 이른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탄생하였다. 그런데 19세기 말은 근대 국민국가 운동이 활발히 일어난 시기로 보헤미아 왕관령의 체코인들은 독일어를 쓰는 오스트리아의 지배에 맞서, 헝가리 왕국의 슬로바키아인들은 헝가리어를 쓰는 헝가리의 지배에 맞서 자결권을 얻으려 하였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민족주의자들은 서로 힘을 합쳤고 나중에는 아예 한 나라로 합치자는 논의까지 이르렀다. 그리하여 191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해체된 가운데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탄생하였다.

체코슬로바키아의 탄생과 분리

이 신생국의 체코어 및 슬로바키아어 이름은 Česko-Slovensko 또는 Československo 체코어: [ˈʧɛ.sko.slo.vɛn.sko], 슬로바키아어: [ˈʧe.sko.slo.ʋen.sko] 체스코슬로벤스코였다. 1918년~1920년과 1938년~1939년에는 붙임표를 쓴 Česko-Slovensko였고 1920년~1938년과 1945년 후 공산 정권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붙임표 없이 쓴 Československo였다.

이 이름은 ‘체코의’를 뜻하는 형용사 český 체코어: [ˈʧɛ.skiː], 슬로바키아어: [ˈʧe.skiː] 체스키와 ‘슬로바키아의’를 뜻하는 형용사 slovenský 체코어: [ˈslo.vɛn.skiː], 슬로바키아어: [ˈslo.ʋen.skiː] 슬로벤스키를 접요사 -o-로 연결한 형용사형 česko(-)slovenský 체코어: [ˈʧɛ.sko.slo.vɛns.kiː], 슬로바키아어: [ˈʧe.sko.slo.ʋens.kiː] 체스코슬로벤스키를 만든 다음 그 어미를 -sko로 바꾸어 중성 명사로 바꾼 것이다. 19세기 말부터 체코어에서는 나라 이름을 만들 때 이처럼 -sko로 끝나는 중성 명사를 쓰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česk(ý) + -o- + sloven|ský → -sko = Česko-Slovensko/Československo

그전까지 ‘보헤미아’라는 이름을 쓰던 다른 여러 언어에서는 이 새 이름을 번역해서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체코의’를 뜻하는 형용사 Czech 에 ‘슬로바키아의’를 뜻하는 형용사 Slovak [ˈsloʊ̯.væk, -vɑːk] 슬로백/슬로바크(‘슬로바키아인’을 뜻하는 체코어·슬로바키아어 남성 단수형 Slovák 체코어: [ˈslo.vaːk], 슬로바키아어: [ˈslo.ʋaːk] 슬로바크에서 유래)를 접요사 -o-로 연결한 Czechoslovak [ˌʧɛk.oʊ̯.ˈsloʊ̯.væk, -vɑːk] 체코슬로백/체코슬로바크라는 형용사형을 만들고 여기에 영어에서 일반적으로 나라 이름을 만들 때 쓰는 접미사 -ia를 붙여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k.i‿ə, -vɑːk-] 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로 썼다.

Czech + -o- + Slovak + -ia = Czechoslovakia

다른 언어에서도 비슷한 이름을 만들어 썼다.

  • 체코어: Československo [ˈʧɛ.sko.slo.vɛn.sko] 체스코슬로벤스코
  • 영어: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k.i‿ə, -vɑːk-] 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
  • 프랑스어: Tchécoslovaquie [tʃe.kɔs.lɔ.va.ki] 체코슬로바키
  • 이탈리아어: Cecoslovacchia [ʧe.koz.lo.ˈvak.kja] 체코슬로바키아
  • 독일어: Tschechoslowakei [ˌʧɛ.ço.slo.va.ˈkaɪ̯] 체호슬로바카이
  • 폴란드어: Czechosłowacja [ˌʦ̢ɛ.xɔ.swɔ.ˈva.ʦja] 체호스워바치아/체호스와바차
  • 러시아어: Чехословакия Chekhoslovakiya [ʨɪ.xə.slɐ.ˈva.kʲɪ.jə] 체호슬로바키야

이 가운데 독일어에서는 나라 이름에서 흔히 쓰는 Belgien [ˈbɛl.ɡi̯ən] 벨기엔 (벨기에), Rumänien [ʁu.ˈmɛː.ni̯ən] 루메니엔 (루마니아) 등의 단수 중성 어미 -ien 대신 상대적으로 드문 Türkei [tʏʁ.ˈkaɪ̯] 튀르카이 (터키), Mongolei [ˌmɔŋ.ɡo.ˈlaɪ̯] 몽골라이 (몽골) 등의 복수 여성 어미인 -ei를 쓴 것이 특기할만하다. 아마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합친 나라라서 복수형 어미가 어울린다고 본 것이리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영향 아래 공산권에 들어간 체코슬로바키아는 1960년에는 개헌과 함께 정식 국명도 ‘체코슬로바키아 사회주의 공화국’으로 바꾸었다. 1989년 이른바 벨벳 혁명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 정권이 무너지고 대통령이 된 바츨라프 하벨(체코어: Václav Havel [ˈvaːʦ.laf|ˈɦa.vɛl → ˈvaːʦ.lav.ˈɦa.vɛl], 1936년~2011년)은 국호에서 ‘사회주의’라는 말을 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가 체코와 동등한 지위를 누릴 것을 요구한 슬로바키아의 정치인들이 단순히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돌아가는 것에 반대하였기 때문에 논쟁 끝에 정식 국호는 1990년 ‘체코와 슬로바키아 연방 공화국’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맞서 민족 자결권을 위해 손잡았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각자 제갈길을 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1993년 1월 1일을 기해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평화롭게 분리되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국명

이른바 벨벳 이혼으로 태어난 두 신생국 가운데 슬로바키아의 국명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에서 뒷부분만 따로 떼어내면 그만이었다.

  • 체코어: Slovensko [ˈslo.vɛn.sko] 슬로벤스코
  • 영어: Slovakia [sloʊ̯.ˈvæk.i‿ə, -vɑːk-] 슬로배키아/슬로바키아
  • 프랑스어: Slovaquie [slɔ.va.ki] 슬로바키
  • 이탈리아어: Slovacchia [zlo.ˈvak.kja] 슬로바키아
  • 독일어: Slowakei [slo.va.ˈkaɪ̯] 슬로바카이
  • 폴란드어: Słowacja [swɔ.ˈva.ʦja] 스워바치아/스워바차
  • 러시아어: Словакия Slovakiya [slɐ.ˈva.kʲɪ.jə] 슬로바키야

그런데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에서 체코를 뜻하는 앞부분은 대부분 형용사형에 접요사 -o-를 붙인 연결형이었기 때문에 나라 이름으로 바꾸려면 형태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영어의 Czecho-는 연결형으로만 쓸 수 있지 그 자체가 나라 이름이 될 수 없다. 영어에서 쓰이는 비슷한 연결형으로 France ‘프랑스’를 뜻하는 Franco-, Russia ‘러시아’를 뜻하는 Russo-, India ‘인도’를 뜻하는 Indo-, China (라틴어 Sinae 시나이) ‘중국’을 뜻하는 Sino- 등을 들 수 있다. 그래서 Franco-Prussian War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Russo-Japanese War ‘러일전쟁’, Indo-European languages ‘인도·유럽 어족’, Sino-Tibetan languages ‘중국·티베트 어족’ 등의 표현에 쓰인다. Indo-가 한자 음차 표기인 ‘인도(印度)’와 형태가 유사하지만 단순한 우연일 뿐이며 영어에서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체코어에서는 ‘체코의’를 뜻하는 형용사 český 체스키에 Slovensko 슬로벤스코와 마찬가지로 어미를 -sko로 바꾸어 중성 명사로 만든 Česko [ˈʧɛ.sko] 체스코를 새 국명으로 도입하였다. 이 이름은 1777년에도 쓴 기록이 있지만 원래는 ‘보헤미아’를 나타냈는데 1960년대 이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체코’라는 뜻으로 조금씩 쓰이기 시작하였다. 체코어에서 형용사 český 체스키와 종족명 Čech 체흐는 ‘보헤미아의’와 ‘보헤미아 사람’을 뜻할 수도 있고 ‘체코의’와 ‘체코 사람’을 뜻할 수도 있는 중의성이 있다. 하지만 옛 조어법을 따른 이름인 Čechy 체히는 역사적 용법 때문에 원래 보헤미아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보헤미아 뿐만이 아니라 모라비아와 실레시아도 아우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입된 이름이 Česko이다. 처음에는 체코인들도 어색하다고 쓰지 않고 체코 전체를 이를 때에도 Čechy라고 부르거나 정식 명칭인 Česká republika [ˈʧɛ.skaː.ˈrɛ.pu.blɪ.ka] 체스카 레푸블리카, 즉 ‘체코 공화국’을 쓰는 경우도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Česko가 ‘체코’의 체코어 이름으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Čech + -y = Čechy ‘보헤미아’
če|ský → -sko = Česko ‘체코’
sloven|ský → -sko = Slovensko ‘슬로바키아’

독일어에서는 Slowakei 슬로바카이처럼 -ei 어미를 써서 Tschechei [ʧɛ.ˈçaɪ̯] 체하이로 쓰면 쉽겠지만 공교롭게도 1938~39년에 체코를 합병하고 슬로바키아에 괴뢰 정권을 세운 나치 독일이 쓴 용어라서 어감이 좋지 않다. 그 대신 단수 중성 어미 -ien을 쓴 Tschechien [ˈʧɛ.çi̯ən] 체히엔이 널리 쓰이게 되었다. 사실 Tschechien은 1918년 이전부터 독일어에서 써오던 이름인데 체코슬로바키아 탄생 이후 Tschechei에 밀렸다가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 이후 부활한 것이다.

러시아어에서는 Словакия Slovakiya 슬로바키야처럼 -ия -iya 어미를 써서 Чехия Chekhiya [ˈʨe.xʲɪ.jə] 체히야로 부른다. 반면 폴란드어에서는 Słowacja 스워바치아/스워바차를 본딴 새로운 이름을 만들지 않고 ‘보헤미아’를 뜻하는 옛 이름 Czechy 체히를 그대로 체코의 국명으로 재활용했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에서도 각각 Slovaquie 슬로바키의 -ie 어미, Slovacchia 슬로바키아의 -ia 어미를 쓴 Tchéquie [ʧe.ki] 체키, Cechia [ˈʧɛː.kja] 체키아가 도입되었지만 실제로는 정식 국명인 République tchèque [ʁe.py.blikə.tʃɛkə] 레퓌블리크 체크와 Repubblica Ceca  [re.ˈpub.bli.ka.ˈʧɛː.ka] 레푸블리카 체카가 더 널리 쓰인다. 예전부터 ‘체코의’를 뜻하는 형용사형 tchèque 체크, ceco/ceca 체코/체카는 익숙했는데 거기에 해당하는 나라 이름이 무엇인지 아직 낯설어 망설여지니 그냥 ‘공화국’을 뜻하는 말에 형용사형을 쓴 정식 국명을 쓰는 것이 편하다고 느낀 것이다.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 찾기

영어에서의 상황도 비슷하다. 형용사형 Czech 은 친숙하지만 이에 해당하는 한 단어짜리 나라 이름은 언뜻 떠오르지 않으니 그냥 정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 더 첵 리퍼블릭을 쓰는 것이 편해 지금까지 약식 국명 대신 쓰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체코슬로바키아의 분리 직후에도 약식 국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혹자는 England  [ˈɪŋ.ɡlənd] 잉글런드/잉런드 (잉글랜드), Finland [ˈfɪn.lənd] 핀런드 (핀란드), Poland [ˈpoʊ̯l.ənd] 폴런드 (폴란드), Thailand [ˈtaɪ̯.lænd, -lənd] 타일랜드/타일런드 (타이/태국)처럼 -land를 붙인 Czechland [ˈʧɛk.lənd] 체클런드 를 쓰자고 하였다. 또 the Netherlands [ðə.ˈnɛð.əɹ.ləndz] 더 네덜런즈 (네덜란드)처럼 복수형을 써서 the Czech Lands 더 첵 랜즈라는 표현과 비슷하게 the Czechlands [ðə.ˈʧɛk.ləndz] 더 체클런즈 라고 쓰자는 제안도 있었다.

하지만 영어에서 나라 이름을 만들 때 가장 흔한 방식은 -ia 어미를 붙이는 것이고 Slovakia 슬로배키아/슬로바키아에서도 이 어미가 쓰이므로 Czechia 체키아를 쓰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라틴어에서는 1634년에 이미 Czechia라고 쓴 기록이 있으며 영어에서는 1841년에 처음 쓰인 역사 깊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Czech + -ia = Czechia
Slovak + -ia = Slovakia

하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 분리 직후에는 공식 국명인 the Czech Republic이 이미 워낙 익숙해져 Czechia가 비집을 틈이 없었다. 체코인들조차 자국어로 Česko 체스코가 낯설어 Česká republika 체스카 레푸블리카라는 정식 국명을 선호하던 참에 약식 국명 Czechia가 생명력을 얻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니 일반 영어 화자들은 대체로 체코의 약식 국명을 모른다. 하지만 일일이 the Czech Republic이라 부르기는 번거롭기에 일부 화자들은 격식을 차리지 않은 입말에서 형용사인 Czech을 나라 이름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그는 체코에 산다’를 She lives in the Czech Republic 대신 She lives in Czech이라고 쓰는 식이다. 물론 문법적으로 틀린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언어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영어에서 한 단어짜리 약식 국명이 없는 나라 가운데 도미니카 공화국(the Dominican Republic [ðə.də.ˈmɪn.ɪk.ən.ɹᵻ.ˈpʌb.lɪk] 더 더미니컨 리퍼블릭)과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ˌsaʊ̯d.i.ə.ˈɹeɪ̯b.i‿ə, ˌsɔːd-] 사우디어레이비아/소디어레이비아)가 있다. 약칭이 도미니카(Dominica [dɒm.ɪ.ˈniː.kə])인 도미니카 연방이 따로 있기 때문에 도미니카 공화국은 도미니카로 줄여 쓰지 않는다. 이들도 마찬가지로 the Dominican, Saudi로 줄여 쓰는 것을 간혹 볼 수 있다(예: He went to the Dominican ‘그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갔다’, We passed through Saudi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통과하였다’). 물론 마찬가지로 격식을 차린 언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용법이다. 한국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를 간결하게 ‘사우디’로 부를 때가 많은데 신문 기사 제목 같은 곳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실리지 않은 준말이다.

Czechia에 대한 반대 의견

체코 정부에서 약식 국명을 Czechia 체키아로 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발하는 이들도 많다. 주로 지금껏 잘 쓰던 이름을 두고 굳이 낯선 새 이름을 쓸 필요가 있느냐는 예견된 반응이지만 더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영어에서 러시아 연방의 체첸 자치 공화국을 뜻하는 Chechnya [ʧɛʧ.ˈnjɑː, ˈʧɛʧ.ni‿ə] 체치냐/체치니아를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다. 영어의 Chechnya는 러시아어의 나라 이름 Чечня Chechnya [ʨɪ.ˈʨnʲa] 체치냐에서 따온 것이다. ‘체첸 사람’을 뜻하는 명사 또는 ‘체첸의’를 뜻하는 형용사는 영어로 Chechen [ˈʧɛʧ.ɛn, –ən] 체첸이다. 한국어의 ‘체첸’은 사실상 여기에서 온 것으로 봐야 한다. 러시아어에서는 ‘체첸 사람’은 남성형은 чеченец chechenets [ʨɪ.ˈʨe.nʲɪʦ] 체체네츠, 여성형은 чеченка chechenka [ʨɪ.ˈʨen.kə] 체첸카이며 형용사 ‘체첸의’는 чеченский chechenskiy [ʨɪ.ˈʨen.skʲɪj] 체첸스키이다. 러시아어 속어로 드물게 ‘체첸 사람’을 чечен chechen [ʨɪ.ˈʨen] 체첸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한국어에서 쓰는 ‘체첸’은 영어식 표현이다. 참고로 체첸어로는 나라 이름을 Нохчийчоь, Noxçiyçö [nox.ʧi.ʧyø] 노흐치최라고 하고 ‘체첸 사람’은 Нохчий Noxçiy [nox.ʧiː] 노흐치라고 하니 ‘체첸’과 Chechnya는 체첸어에서는 쓰이지 않는 외래명, 즉 외부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실제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터진 폭탄 테러의 용의자가 체첸인(Chechens)으로 지목되자 많은 미국인들이 체첸과 체코를 구분하지 못하는 반응을 보여 주미 체코 대사가 체코와 체첸은 전혀 다른 국가라고 해명하는 공식 성명을 발표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있었다. 나라가 the Czech Republic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이런 혼동이 일어나는 판에 Czechia로 바꾸면 Chechnya와 더욱더 비슷해진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의 일부는 Czechia의 발음을 잘못 알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올바른 발음은 [ˈʧɛk.i‿ə] 체키아인데 철자만 보고 발음이 [ˈʧɛʧ.i‿ə] 체치아인 줄 아는 이들이 꽤 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에서는 철자 ch가 보통 파찰음 /ʧ/를 나타낸다. 물론 aching [ˈeɪ̯k.ɪŋ] 에이킹, anarchist [ˈæn.əɹ.kɪst, -ɑːɹ-] 애너키스트/애나키스트, masochism [ˈmæs.ə.ˌkɪz.əm, ˈmæz-] 매서키즘/매저키즘, parochial [pə.ˈɹoʊ̯.ki‿əl] 퍼로키얼 같은 단어에서 ch가 폐쇄음 /k/로 발음될 뿐만이 아니라 Czech [ˈʧɛk] 과 Czechoslovakia [ˌʧɛk.oʊ̯.sloʊ̯.ˈvæk.i‿ə, -vɑːk-] 체코슬로배키아/체코슬로바키아에서도 ch가 /k/로 발음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Czechia라는 낯선 단어에서도 ch가 /k/로 발음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법한데 그래도 이게 어려운 이들이 있나보다.

하지만 체코 정부의 노력이 성공을 거두어 영어에서 Czechia라는 이름이 정착된다면 발음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영어는 철자와 발음의 관계가 워낙 느슨해서 [ˈʧɛk.i‿ə] 체키아라는 발음이 익숙해지면 Czechia라는 철자를 보고 자연히 올바른 발음을 연상시키실 수 있을 것이다. 영어 화자들이 철자만 봐서는 짐작하기 힘든 Czech과 Czechoslovakia의 올바른 발음을 문제없이 배웠듯이 Czechia도 익숙해지면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발음하기만 한다면 영어에서 Czechia와 Chechnya가 혼동될 염려는 별로 없다.

Czechia를 반대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 이름은 결국 보헤미아의 체코어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에 보헤미아 외 다른 지방 사람들 가운데는 이 이름이 보헤미아만이 체코의 전부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못마땅하게 여기는 이들도 있다(이들은 보통 체코어 Cěsko 체스코라는 이름에도 부정적이다). 이들은 대체로 the Czechlands 더 체클런즈 같이 적어도 여러 지방이 합친 나라라는 것을 나타내는 복수형 이름을 선호한다. 아예 Czechomoravia [ˌʧɛk.oʊ̯.mə.ˈɹeɪ̯v.i‿ə, -mɒ-] 체코모레이비아 즉 ‘체코모라비아’ 같이 나라 이름에 모라비아를 포함시키는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 체코령 실레시아까지 더해 Czechomoravosilesia [ˌʧɛk.oʊ̯.mə.ˌɹeɪ̯v.oʊ̯.saɪ̯.ˈliːz.i‿ə, -mɒ-, -sɪ-, -ˈliːʒ.ə, ˈliːʃ.ə] 체코모레이보사일리지아/체코모레이보실리샤/… 즉 ‘체코모라보실레시아’까지 가면 거추장스럽게 긴 국명을 짧게 줄이려던 원 의도가 무색해질 테니 이런 제안은 없다.

모라비아와 체코령 실레시아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공평한 일일 수 있지만 원래는 보헤미아를 뜻하던 ‘체코’라는 이름이 나라 전체를 대표하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 국가의 주요 지역 하나가 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처럼 쓰이는 예는 이 외에도 영국의 잉글랜드(England)와 네덜란드의 홀란트(네덜란드어: Holland [ˈɦɔ.lɑnt])를 들 수 있다. 영어에서는 England 잉글런드/잉런드와 Holland [ˈhɑl.ənd] 홀런드가 각각 영국과 네덜란드 전체를 이르는 이름으로 자주 쓰인다. 나라 전체를 이르는 이름인 the United Kingdom [ðə.ju.ˈnaɪ̯t̬.ᵻd.ˈkɪŋ.dəm] 더 유나이티드 킹덤이나 the Netherlands 더 네덜런즈가 너무 길어서 이렇게 부르는 일이 많지만 타 지방 출신의 영국인이나 네덜란드인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 수도 있다. 한자식 이름인 영국(英國)과 화란(和蘭)도 각각 잉글랜드와 홀란트에서 따왔지만 나라 전체를 이른다.

‘체코’의 한글 표기

지금까지 Czechia 체키아, the Czech Republic 더 첵 리퍼블릭 등의 영어 이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한글 표기는 어떤가? ‘체코’라는 현 표기를 ‘체키아’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일단 영어에서 the Czech Republic 대신 Czechia라고 불러달라고 체코 정부가 요청한 이유는 한국어에 해당 사항이 없다. 한국어에서는 이미 정식 국명인 ‘체코 공화국’ 대신 약식 국명 ‘체코’가 널리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어를 번역한 글에서 다른 나라는 약식 국명으로 부르면서 체코만 불필요하게 ‘체코 공화국’으로 쓰는 경우도 종종 본다. 영어에서 약식 국명 Czechia가 널리 퍼진다면 이런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체코’라는 현 표기가 언어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영어 Czech + -o- + slovak + -ia = Czechoslovakia를 ‘체코슬로바키아’로 표기해왔는데 둘이 분리되자 이를 단순히 ‘체코’ + ‘슬로바키아’로 분석해서 ‘체코’라고 표기하게 된 것이다. 일본어에서도 チェコ Cheko [ʨe.ꜜko] 체코로 부른다. 예전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에도 한국어에서는 그냥 ‘체코’로 줄여 부르는 일이 흔했다. 그런데 앞에서 보았듯이 영어에서 Czecho-, 즉 Czech + -o-는 뒤에 따르는 말이 있을 때의 연결형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나라 이름이 아니다.

그러니 접요사 -o-를 떼고 영어의 형용사형 Czech만 옮겨 ‘체크’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Czech [ˈʧɛk]은 ‘체크’가 아니라 ‘첵’으로 쓰는 것이 맞다. 영어의 표기에서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은 받침으로 적도록 하고 있으니 ‘첵’으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영어에서 Czech와 발음이 완전히 똑같은 동음이의어인 check에 해당하는 외래어는 ‘첵’이 아니라 ‘출석 체크’, ‘체크 무늬’ 등으로 쓰이는 ‘체크’이다. 영어에서 오래 전에 들어온 외래어 가운데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을 받침으로 적었을 때 한국어에서 한 음절이 되는 경우 받침 대신 ‘으’를 붙여 적는 경향이 있다. hit [ˈhɪt]  ‘히트’, mat [ˈmæt]  ‘매트’, set [ˈsɛt]  ‘세트’ 등 어말 자음이 /t/일 때 이런 경향이 특히 심하지만 check [ˈʧɛk]  ‘체크’, knock [ˈnɒk]  ‘노크’, shock [ˈʃɒk]  ‘쇼크’ 등 어말 자음이 /k/일 때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체크’라는 형태가 익숙하니 철자는 다르지만 영어 발음이 같은 Czech도 그렇게 적고 싶어지는 것인데 외래어 표기 원칙에는 맞지 않으니 권장할만한 표기는 아니다. 한편 외래어 표기법에서 다른 대부분의 언어 표기에서는 짧은 모음을 따르는 어말 무성 파열음도 ‘으’를 붙여 적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프랑스어의 Tchèque [tʃɛkə]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체크’가 맞다.

만약 Czech의 어원인 체코어의 Čech [ˈʧɛx] 또는 폴란드어의 Czech [ˈʦ̢ɛx]를 한글 표기 기준으로 삼는다면 ‘체흐’이다. 하지만 이는 나라 이름이 아니라 ‘체코 사람’을 뜻하니 나라 이름의 표기 기준으로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스위스’를 ‘스위스의’를 뜻하는 형용사이자 ‘스위스 사람’을 뜻하는 명사인 영어의 Swiss [ˈswɪs] 스위스에서 온 표기로 본다면 ‘체흐’도 비슷한 예로 볼 수 있다(하지만 영어 Swiss의 어원인 프랑스어의 Suisse [ˈsɥisə] 쉬이스/쉬스는 나라 이름으로도 쓰인다). 체코어 이름에 따라 적으려면 나라 이름인 Česko [ˈʧɛ.sko]를 기준으로 ‘체스코’로 적는 게 나을 것이다. 그러나 슬로바키아는 슬로바키아어와 체코어에서 쓰는 나라 이름 Slovensko의 슬로바키아어 발음 [ˈslo.ʋen.sko] 또는 체코어 발음 [ˈslo.vɛn.sko] 에 따라 ‘슬로벤스코’로 쓰지 않으면서 체코는 ‘체스코’로 쓰는 것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

사실 슬로바키아 말고도 체코 주변 나라들 가운데 현지 언어 이름에 따라 불러주는 곳은 없다. 독일은 그나마 독일어 이름인 Deutschland [ˈdɔʏ̯ʧ.lant]에 따른 ‘도이칠란트’가 별칭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있지만 실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독일어 이름은 Österreich [ˈøːs.tə.ʁaɪ̯ç, -tɐ-] 외스테라이히/외스터라이히, 폴란드의 폴란드어 이름은 Polska [ˈpɔl.ska] 폴스카, 헝가리의 헝가리어 이름은 Magyarország [ˈmɒ.ɟɒ.ror.saːɡ] 머저로르사그이다. 참고로 현지어 발음에 따른 표기를 원칙으로 내세우는 북한 문화어는 체코를 ‘체스꼬’, 슬로바키아를 ‘슬로벤스꼬’라 쓰며 독일을 ‘도이췰란드’, 폴란드를 ‘뽈스까’, 헝가리를 형용사형 및 민족명 magyar [ˈmɒ.ɟɒr] 머저르에 따라 ‘마쟈르’로 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오스트리아는 남한 표준어와 똑같이 ‘오스트리아’라고 한다. 1998년 이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도이췰란드’와 ‘오스트리아’ 대신 한자 음차 표기인 ‘독일(獨逸)’과 ‘오지리(墺地利)’를 썼고 헝가리를 ‘마쟈르’ 대신 러시아어의 Венгрия Vengriya [ˈvʲen.ɡrʲɪ.jə] 벤그리야를 따른 ‘웽그리아’로 썼다.

그 외에도 유럽 중동부의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은 현지어 이름인 Hrvatska [xř̩.ʋaːt.skaː] 흐르바츠카, Србија / Srbija [sř̩.bi.ja] 스르비야, Lietuva [lʲɪɛ.tʊ.ˈvɐ] 리에투바, Eesti [ˈeːs.ti] 에스티가 아니라 영어에서 쓰는 형태인 Croatia, Serbia, Lithuania, Estonia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영어 발음에 따라 적으면 각각 [kɹoʊ̯.ˈeɪ̯ʃ.ə] ‘크로에이샤’, [ˈsɜːɹb.i‿ə] ‘서비아’, [ˌlɪθ.ju.ˈeɪ̯n.i‿ə, -u-] ‘리슈에이니아/리수에이니아’, [ɛ.ˈstoʊ̯n.i‿ə, ᵻ-] ‘에스토니아/이스토니아’이니 영어 발음에 따른 표기가 아니라 국제적인 라틴어식 발음에 따른 표기, 즉 a를 ‘아’로 적고 e를 ‘에’로 적는 방식을 따랐다. 참고로 현재 라틴어에서 쓰는 형태는 Croatia, Serbia, Lituania 또는 Lithuania, Estonia 또는 Esthonia로 t와 th의 교체 같은 미세한 차이를 제외하면 영어에서 쓰는 형태와 일치하며 한국어에서 쓰는 형태도 라틴어 이름에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 것과 일치한다(물론 오늘날 라틴어를 모어로 쓰는 화자는 없지만 오늘날에도 바티칸 시국 등에서 여전히 쓰고 있기 때문에 고전 라틴어 시대에는 없던 현대의 나라 이름도 라틴어 형태가 있다).

그러면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라틴어 이름은 무엇일까? 체코는 이탈리아어와 형태가 같은 Cechia로 쓰거나 Czechia로 쓰며 슬로바키아는 Slovacia 또는 Slovakia로 쓴다. 체코의 영어 약식 국명으로 Czechia가 많은 지지를 얻은 이유 가운데 하나도 라틴어 형태에 가깝다는 것이다. Czechia라는 라틴어 표기는 이미 1634에도 쓴 예가 있다고 한다. 영어에서 Czechia가 처음 쓰인 것은 1841년이다.

그런데 Cechia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케키아(×)’, Slovacia 또는 Slovakia는 ‘슬로바키아(×)’이다(Czechia는 ‘크제키아(×)’ 정도로 적을 수도 있겠지만 cz는 고전 라틴어에 나오는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이름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 준하는 외래어 표기 용례의 표기 원칙에 포함된 라틴어 표기 원칙은 로마 시대의 고전 라틴어 표기를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라틴어의 표기에 적용하려면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Croatia, Serbia 등 앞에서 예를 든 라틴어 이름에는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Cechia/Czechia와 Slovacia는 전설 모음인 i, e 앞에 나오는 c 때문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현대 라틴어 발음과 큰 차이가 생긴다.

고전 라틴어에서 c는 언제나 폐쇄음 /k/를 나타냈다. 그런데 속라틴어에서 일어난 발음의 변화로 로망어군에서는 i, e 등 전설 모음 앞의 c가 파찰음(예: 이탈리아어와 루마니아어의 /ʧ/) 내지는 마찰음(예: 프랑스어와 포르투갈어, 라틴 아메리카 에스파냐어의 /s/, 카스티야 에스파냐어의 /θ/)으로 발음이 바뀌었다. 로마 교황청에서 쓰는 교회 라틴어는 이탈리아어식 발음을 따르기 때문에 전설 모음 앞의 c를 /ʧ/로 발음한다. 다른 언어에서도 라틴어의 발음이 바뀌어서 전설 모음 앞의 c를 프랑스어의 영향을 받은 영어는 /s/로, 독일어와 슬라브어 대부분은 파찰음 /ʦ/로 발음하게 되었다.

Cechia를 고전 라틴어식 발음에 따라 적으면 ‘케키아(×)’이지만 이 이름이 출현한 것은 이미 전설 모음 앞의 c가 파찰음이나 마찰음으로 바뀐지 한참 후이니 그렇게 적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Cechia의 교회 라틴어 발음은 이탈리아어와 마찬가지로 [ˈʧɛː.kja] ‘체키아’이다. 그런데 Czechia의 발음은 약간 더 복잡하다. 체코어 옛 철자에서 cz가 파찰음 /ʧ/를 나타낸 것을 감안하면 Czechia에서도 /ʧ/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Cechia 대신 굳이 라틴어에서 잘 안 쓰는 cz 조합을 써서까지 Czechia로 썼을까? 현대 라틴어 발음 가운데는 이탈리아어식 교회 라틴어 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슬라브어권에서는 Cechia라고만 쓰면 첫 자음이 파찰음 /ʧ/가 아니라 전혀 다른 음소인 /ʦ/로 발음되기 때문에 일부러 Czechia로 쓴 것이다. 그런데 슬라브어권에서는 고전 라틴어에서 유기 폐쇄음 /kʰ/를 나타냈고 교회 라틴어에서는 폐쇄음 /k/를 나타내는 ch를 마찰음 /x/로 발음한다. 그러니 Czechia의 슬라브어권식 현대 라틴어 발음은 [ˈʧɛ.xi.ja] 체히아로 볼 수 있다. 즉 체코어의 Čech [ˈʧɛx](옛 철자 Czech)에 라틴어 -ia를 붙인 형태이다. 독일어 이름 Tschechien [ˈʧɛ.çi̯ən] 체히엔에서도 마찰음 음소 /x/의 변이음인 [ç]가 쓰인다. 즉 현대 라틴어 발음에 따른 Cechia의 표기는 ‘체키아’, Czechia의 표기는 ‘체히아’로 각각 이탈리아어 표기법, 폴란드어 표기법을 적용한 것과 같다(옛 철자 Czechia 대신 Čechia로 쓴다면 체코어 표기법을 그대로 적용한 것과도 같다). 이 가운데 고르라면 아무래도 기존의 ‘체코’와 더 가깝고 영어 발음에 따른 Czechia의 표기와도 일치하는 ‘체키아’가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마찬가지로 Slovacia는 교회 라틴어에서 [zlo.ˈvaː.ʧja] 슬로바치아로 발음된다. 즉 루마니아어의 Slovacia [slo.ˈva.ʧja] 슬로바치아, 폴란드어의 Słowacja [swɔ.ˈva.ʦja] 스워바치아/스워바차에서처럼 파찰음 발음이 쓰이는 것이다. Slovacia를 굳이 고전 라틴어에서는 쓰지 않던 그리스어식 글자인 k를 써서 Slovakia로 쓰기도 하는 것은 [zlo.ˈvaː.kja] 슬로바키아로 폐쇄음 /k/ 발음을 나타내려 하는 것이다. 그러니 Slovacia에 고전 라틴어 표기법을 적용하면 ‘슬로바키아’로 한국어에서 쓰는 형태와 일치하지만 이것은 우연일 뿐이다. ‘슬로바키아’에 해당하는 라틴어 이름은 Slovacia가 아니라 Slovakia이다. 그러니 슬로바키아를 라틴어 이름에 따라 적으려면 ‘슬로바치아(Slovacia)’와 ‘슬로바키아(Slovakia)’ 가운데서 고르면 된다. 영어 및 다른 언어에서 폐쇄음 /k/ 발음이 우세하니 ‘슬로바키아’로 쓰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럽 중동부 나라 이름을 보면 불가리아(Bulgaria), 크로아티아(Croatia), 에스토니아(Estonia/Esthonia), 리투아니아(Lituania/Lithuania), 세르비아(Serbia), 슬로베니아(Slovenia) 등이 현지어 이름 아닌 라틴어 이름을 따른 것과 한글 표기가 일치한다. 우크라이나(Ucraina)도 라틴어 이름을 따른 것과 한글 표기가 같은데 이것은 라틴어에서 우크라이나어명인 Україна Ukrayina [u.krɑ.ˈji.nɑ] 우크라이나 또는 러시아어명인 Украина Ukraina [ʊ.krɐ.ˈji.nə] 우크라이나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참고로 영어로는 Ukraine [ju.ˈkreɪ̯n] 유크레인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나라 이름의 경우 다른 여러 언어에서도 보통 라틴어 이름에 가깝게 부르는 일이 많으므로 라틴어 이름을 기준으로 표기하면 여러 언어에서 쓰는 형태와 가까워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지어명 Česko를 따른 표기 ‘체스코’는 체코어와 슬로바키아어 빼고는 들어맞는 언어가 거의 없지만 약식 국명으로 따지면 영어 Czechia·이탈리아어 Cechia·에스파냐어 Chequia가 모두 Cechia의 현대 라틴어식 표기와 같은 ‘체키아’로 표기되며 리투아니아어 Čekija의 표기인 ‘체키야’, 프랑스어 Tchéquie와 핀란드어 Tšekki의 표기인 ‘체키’, 루마니아어 Cehia와 그리스어 Τσεχία Tsekhía의 표기인 ‘체히아’, 러시아어와 불가리아어의 Чехия Chekhiya·우크라이나어 Чехія Chekhiya·벨라루스어 Чэхія Chekhiya·라트비아어 Čehija의 표기인 ‘체히야’ 등도 ‘체스코’보다는 ‘체키아’에 더 가깝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처음 분리되었을 때에 체코의 한글 표기를 심의했더라면 ‘체키아’가 가장 좋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처음부터 Czechia 체키아라는 약식 국명이 널리 알려져 ‘체키아’로 불렀다면 모를까 체코슬로바키아가 분리된지 13년도 더 지났는데 이제 와서 이미 굳어진 ‘체코’를 ‘체키아’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특히 ‘체코’보다 ‘체키아’가 한 글자가 더 많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현지어 이름인 ‘에스파냐(España [es.ˈpa.ɲa])’보다 영어 이름인 ‘스페인(Spain [ˈspeɪ̯n])’이 더 많이 쓰이고 현지 공용어 가운데 하나인 영어 이름인 ‘인디아(India [ˈɪnd.i‿ə])’보다 한자 음차 표기인 ‘인도(印度)’가 훨씬 더 많이 쓰이는 것도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예전에 쓰던 표기가 글자 수가 더 적어 언중이 바꾸기를 꺼렸다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해당 정부의 요청으로 ‘그루지야’, ‘벨로루시’로 쓰던 나라 이름을 ‘조지아’, ‘벨라루스’로 바꾼 적이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the Czech Republic을 Czechia로 바꾸자는 것은 영어 이름 및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처럼 약식 국명 대신 번거로운 정식 국명을 쓰는 언어를 대상으로 한 요청이므로 ‘체코 공화국’ 대신 ‘체코’로 잘 부르고 있는 한국어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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